<사채꾼 우시지마>라는 일본만화가 있다. 만화이니까 지레짐작에 겉은 냉혹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휴머니스트 사채꾼’을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만화가 그리는 사채꾼은 일반인이 연상할 그런 사채꾼의 전형이다. 야비하고 무자비하며, 폭력적이고 인정머리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전편을 다 보지 못해서 조심스럽지만 뒤쪽에 좀 늘어지는 단점을 빼고는 단연 만화의 리얼리즘이라 할 만하다. 폭력과 섹스가 넘쳐나는 완전한 성인만화이기도 하다. 무식한 질문이지만 그렇다면 <사채꾼 우시지마>는 좋은 만화인가, 나쁜 만화인가.

 

약간 딴 이야기로, 찰스 디킨즈의 <올리버 트위스트>는 좋은 소설인가, 나쁜 소설인가. 
좋은 소설일 수도 나쁜 소설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읽을 만한 작품이다. <사채꾼 우시지마>에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읽을 만한 만화라고. (물론 19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은 예외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리얼리즘이다. 소설과 만화에 사악함과 불쾌함이 넘쳐나지만 현실을 적절하게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그 불편함은 근거 있는 불편함이 된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악함과 불쾌함에 비교하면 결코 과장했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는 중요하지 않다. 과장이냐 축소냐 보다는 어떻게 그려냈느냐가 더 중요하다. 참담한 현실을 직시하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 리얼리즘은 각성제이다.

MBCTV의 <집드림>은 정체불명의 프로그램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박함에도 정도가 있는데, <집드림>은 천박의 막장에 도달했다. <집드림>의 세계관은 <사채꾼 우시지마>의 세계관과 동일하다.
<사채꾼 우시지마>의 주인공 우시지마는 일단 돈을 빌려준 다음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까지 동원해 원리금을 받아낸다. 교묘하게 방해해 사채를 갚지 못하게 해서 고리를 계속 뜯어내는 행태는 기본에 속한다. 온갖 엽기적인 세상사를 내용에 담아내면서 <사채꾼 우시지마>는 하나의 작품으로서 후기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같은 세상을 풍자한다.
 
<집드림>은 <사채꾼 우시지마>처럼 타인(출연진)의 고통을 이용하고 상업화한다. (여기서 출연자들에 대해 논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작품으로서 풍자나 소위 공영방송으로서 공익은 찾아볼 수 없다. 시청률경쟁에 아귀로 변한 현실 속의 또 다른 ‘사채꾼’만 눈에 띌 뿐이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러브 하우스>와는 애초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을 기반으로 시청률을 앵벌이한 요소가 <러브 하우스>에 아예 없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비참을 희망으로 분식하지 않았고, 천박을 품위로 강변하지 않았다. 
자신의 돈벌이 말고는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는, 프로그램 수준에 딱 맞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이른 바 ‘자문’ 연예인들의 희희낙락까지, 이 프로 제작진은 미디어텍스트가 얼마나 천박해질 수 있는지 전형을 창출했다. 

이 대목에서 <집드림>과 <사채꾼 우시지마>가 엇갈린다. <집드림>은 <사채꾼 우시지마>의 내용에 등장할 하나의 에피소드나 다름없다. 만화가 더 현실 같고, TV프로그램은 더 만화 같은 역설이다. 애초에 만화라는 풍자의 틀을 들이댄 <사채꾼 우시지마>는 그래서 훨씬 건강한 문제의식을 포함한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었을 <집드림>은 그래서 만화보다 못한 사채꾼의 행태를 노정한다. 

재벌2세의 ‘매값폭행’이 한때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집드림>은 ‘집값폭행’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격과 인간존엄성은 존중돼야 한다고 믿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사채꾼들이 활개치는 밑바닥 세계에 그런 요구가 먹히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공적 영역에서 또는 지식인세계에서 정언명법인 양, 의식되지 않는다 해도 그러한 요구가 먼지를 뒤집어 쓴 액자처럼 벽에 걸려 있기라도 해야 한다고 기대한다면 과도한 것일까. 경쟁은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지만 어떻게든 경쟁에 이기면 된다는 경쟁만능주의와 천민적인 금권주의에 영혼을 판 사람이 사채업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만화보다 못한 현실이 <집드림> 하나만이면 그나마 얼마나 좋을까. 

안치용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 소장/eriss.tistory.com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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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안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