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표정이 해맑다.
봉은사에서 기독교 예배를 봤다는 동영상을 봤다. 클릭하자 초반에 나오는 자매님의 표정이, 참으로 해맑다. 사회적 지탄을 받는 행동이 아닐까 하는 자각에서 비롯한 어떤 주저가 안 보인다. 무결점의 확신. 젊음과 절대확신이 맞물려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한다.
과거 유럽에서 종교전쟁을 벌였을 때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상상해 보면 그 표정보다는 훨씬 더 추하고 고통스럽고 분노에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내가 맞고 너는 틀렸다는 신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은 적어도 자신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인간의 역사는, 혹은 진보는 이 신념의 순도가 떨어지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신정이나, 절대군주정에서 옳은 것은 하나였고, 나머지는 100% 틀렸다. 신 또는 신의 대리자는 절대선이고 그 반대는 절대악이었다. 군주의 명은 지엄한 것이라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준수돼야 했다. 그래서 항상 절대선들끼리 충돌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절대선을 없애려 했다.
현대사회, 또는 보편적 민주주의의 시대라고 신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를 믿는다는 행위는 숭고한 것이며 믿음에 근거해 실천한다는 것은 존경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다만 이러한 원칙은 준수된다. 내가 옳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상대가 틀리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
현대사회를 문명사회라고 한다면 문명사회에서는 공존의 영역, 또는 교집합을 용인하는 것을 문명의 기본전제로 정립한다. 자신과 다른 가치에 대한 획일적 배제는 중세적 사고다.
이러한 편협한 사고는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안타깝게도 봉은사 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종종 목격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철학은 같다고 보면 된다. 가자지구에 행해지는 끔찍한 일은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린다.
뉴스 등장 빈도가 높지 않아도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건 남아시아쪽이다. 특히 인도에서 일어난 종교분쟁의 양상은 중세와 다를 게 하나 없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마을 하나를 습격해 남자들은 모두 찔러 죽이거나 태워 죽이고, 여자들은 아무리 어려도 강간하고 죽인다. 모슬렘과 힌두교도 사이의 싸움이다. 물론 그 반대로 조만간 더 잔혹한 보복이 가해진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을 선포하면서 내비친 각오 또한 중세적인 것이었다. 십자군을 이끄는 교황 같은 사명감과 엄숙함으로 침략전쟁에 임했다.
그의 수하가 미군 공격에 의한 민간인 피해를 ‘부수적인 피해(Collateral damage)’로 표현한 데도 같은 철학이 작동했다. 절대가치 앞에 민간인 피해정도는 부수적이라는 인식이 표현됐다.
적대관계를 형성한 부시와 탈레반이 닮은 꼴이라는 사실은 현대에 빚어진 중세의 역설이다. 탈레반은 2001년 우상을 파괴한다는 명분 아래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파괴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논리로, 부시의 방식이다.
그렇게 치면 봉은사의 기독교 예배 정도는 귀여운 수준의 배척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다행히 사찰을 훼손하는 등의 극단적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천진한 표정으로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크게 우상 숭배를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할 뿐이다. 또한 “이 땅은 하나님의 땅이라는 것을 선포하겠다”고 엄숙하지만 그래서 더 웃음이 나오는 선언을 할 뿐이다.
그곳에서 동영상을 찍은 형제자매님들은 물론 더없이 순결한 소망과 염원으로 ‘엄청난 일’을 감행했겠지만, 또 불자님들은 더 없이 불쾌함을 느꼈겠지만, 나에게는 그 행위가 아주 단순화하면(물론 논리적 비약이고, 분명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수박서리를 목표로 한 시골마을 청년들의 저녁나들이처럼 느껴진다.
이들의 행위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행위에 대한 반응과 해석이다. 기독교도를 ‘개’자가 들어간 용어로 무조건 폄훼하거나, 반대로 ‘비기독교인=좌익빨갱이’라는 식으로 얼토당토않은 반론을 펴는 모습들 말이다.
무례함만으로도 불쾌한데 무례함을 꾸짖는 방식이 더 무례하다면 사회 전체로 불쾌지수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바미얀 석불을 부순 것도 아니니, 철부지 행태에 대해 사회 전체로 한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 그들이 잘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니 결코 오해가 없기를.
안치용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 소장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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